한 산업의 정상적 재평가로 보기 어려운 수익률
키옥시아가 2025년 한 해에만 +1082%, 열 배 넘게 뛰었다. 이 위키가 추적하는 메모리 기업(노드)들의 2025~26년 수익률이 대체로 이런 규모였다. 난야테크가 +985%, 샌디스크가 2026년 +884%로 뒤를 이었고, 대형 3사도 나란히 올랐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361%에 이어 2026년 +195%, 마이크론은 2025년 +240%에 이어 2026년 +326%를 기록했고, 키옥시아는 2026년에도 +332%를 더했다. NAND든 DRAM이든, 최첨단 HBM이든 레거시 DDR4든 가리지 않았다. 사업이 반도체 하나가 아닌 삼성전자마저 2025년 +213%로 끌려 올라갔다.
AI 사슬의 상승은 칩에서 시작해 층을 따라 번졌고(그 순서는 AI 사이클은 가치사슬을 따라 전파됐는가에서 확인했다), 그 전파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층이 메모리다. 화려한 로직 칩보다 메모리에서 리레이팅(재평가)이 훨씬 격렬하게 일어났다.
오른 것은 회사가 아니라 자산군이다
가리지 않고 다 올랐다는 사실이 핵심 단서다. 개별 회사의 실적을 넘어, 메모리라는 자산군 전체에 무언가가 작동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바로 직전을 보면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난야테크는 2024년 −56%였다가 이듬해 +985%로 돌아섰고, 마이크론은 2022년 −46%, 삼성전자는 2024년 −26%를 겪은 뒤에 튀어 올랐다. 바닥에서 정점까지의 낙차가 그만큼 컸다.
원인은 한 점에서 시작된 풍선효과다. AI 가속기 한 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수십 GB씩 요구한다. HBM은 DRAM 다이를 수직으로 쌓아 만들기 때문에, 같은 비트를 담아도 일반 DRAM보다 웨이퍼 면적과 수율 손실을 훨씬 많이 잡아먹는다. 그래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한정된 웨이퍼 생산능력이 HBM 쪽으로 쏠린다. DRAM 공급은 사실상 이 세 회사의 과점이라 우회로도 없다.
병목은 HBM에 있는데 가격은 스택 전체에서 올랐다
세 회사가 웨이퍼를 HBM과 고밀도 DDR5로 돌리자, 일반 DDR4·LPDDR4·낸드의 공급이 줄었다. 이렇게 쏠린 수요는 회사 장부에서도 확인된다. SK하이닉스는 단일 최대고객 한 곳(NVIDIA)이 매출의 약 27%(약 11조원)를 차지하고, 마이크론은 클라우드 고객 한 곳이 17%를 차지할 만큼 수요가 AI 쪽으로 몰렸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 그래서 HBM을 아예 만들지 않는 난야테크나, NOR 같은 니치 메모리에 특화된 기가디바이스(2025년 +148%·2026년 +145%)까지, 자기가 만들지도 않는 제품의 부족에서 수혜를 봤다. 이 쏠림을 가장 잘 보여주는 회사가 난야테크다. 2024년 −56%였다가 2025년 +985%로 돌아섰는데, HBM을 한 장도 팔지 못하면서 HBM이 비운 자리의 레거시 DRAM 가격만으로 열 배 가까이 올랐다. 병목은 HBM 한 점에 있는데, 가격은 메모리 스택 전체에서 올랐다. 가리지 않고 오른 이 상승의 모양 자체가 병목의 위치를 증명한다. 니치·레거시 수요가 큰 중국의 병렬 생태계에서도 같은 압력이 감지됐다.
부족은 인접 칩과 장비로 옮겨갔다
부족은 메모리 칩에서 멈추지 않았다. 먼저 메모리를 구동하고 제어하는 인접 칩이 함께 올랐다. DDR5 모듈의 신호를 다잡는 RCD 인터페이스 칩을 만드는 몽타주는 2025년 매출이 +50%(¥5.46B) 늘며 주가가 +169% 올랐고, 서버·AI 비중이 70%를 넘는 낸드 컨트롤러 1위 파이슨은 +432%나 뛰었다.
그다음은 장비였다. 부족을 메우려는 증설 투자가 다시 식각·증착 장비로 흘러들었다. 메모리 노출이 큰 램리서치가 2025년 +140%, 배치 ALD 세계 1위(점유율 ~70%)인 코쿠사이일렉트릭이 +165% 올랐고, 삼성 반도체 비중이 절반을 넘는 원익IPS는 +409%까지 갔다. HBM 한 점의 수요가 칩,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장비까지 메모리 사슬 전체를 타고 번졌다.
검증 결론
HBM이라는 한 점의 병목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웨이퍼를 대거 차지했고, 그 공급 압박에 HBM을 만들지 않는 회사까지 포함해 메모리 자산군 전체가 다시 평가받았다. 오른 것은 개별 제품을 넘어 자산군 전체다. 다만 메모리는 여러 개의 시계 중에서도 사이클이 가장 가파른 자산이라, 세 자릿수 상승의 이면에는 그만큼의 되돌림 위험이 있다. 방금 세 자릿수로 오른 그 노드들이 한두 해 전에는 난야 −56%, 마이크론 −46%로 내린 해를 지났다는 사실이 그 위험을 상기시킨다.
메모리를 다 채우면 병목은 자리를 옮긴다. 웨이퍼가 늘고 DRAM·NAND 공급이 정상화되면, 다음 제약은 칩 자체를 넘어 칩과 보드 사이, 즉 HBM을 쌓고 로직과 잇는 기판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으로 옮겨 간다. 그 이동은 병목은 실리콘에서 패키지로 이동한다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