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가 칩을 앞선 해
2026년, 칩을 담고 잇는 보드가 칩 자체를 앞질렀다. 엔비디아가 2025~26년 +38.9%·+5.1%로 식는 동안, 그 GPU를 얹는 고다층 기판(FC-BGA)을 만드는 삼성전기는 2026년 +614.3% 올랐고, AT&S가 +398.7%, 이비덴이 +192.2%로 뒤따랐다. 이 위키가 추적하는 기업(노드)들의 수익률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병목은 실리콘에서 패키지로 옮겨갔다.
AI 가속기의 성능은 칩 하나로 나오지 않는다. GPU 다이와 HBM 스택을 한 몸으로 묶는 두 공정이 받쳐줘야 한다. 하나는 그것들을 얹는 고다층 기판(FC-BGA)이고, 다른 하나는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촘촘히 잇는 어드밴스드 패키징(CoWoS류)이다. 메모리를 채우고 나면 다음 제약이 칩과 보드 사이로 옮겨간다는 것은 예고돼 있었다(그 이동의 출발점은 메모리 슈퍼사이클에서 짚었다). 2026년의 수익률이 그 이동을 확정해 준다.
기판이 칩을 앞질렀다
먼저 보드부터 보자. 이비덴은 2025년 +261%, 2026년 +192.2% 올랐고, 오스트리아의 AT&S는 2025년 +188.9%에 이어 2026년 +398.7%로 뛰었다. 한국에선 삼성전기가 2026년 +614.3%, LG이노텍이 +282.2% 올랐고, 심텍(2025년 +392.9%)과 대덕전자(+250.2%)가 뒤따랐다. 대만에서도 유니마이크론이 +175.7%·+157.6%, 난야PCB가 +188.2%·+190.2%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비상장인 신코덴키(FC-BGA 2위)도 같은 층에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상승이 칩 자체를 앞섰다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2025~26년 +38.9%·+5.1%에 그치는 동안 기판주는 세 자릿수로 뛰었다. 상장이든 비상장이든, 일본·오스트리아·한국·대만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갔다는 것 자체가 단서다. 개별 회사의 실적보다는 기판이라는 공정 단계 전체에 공통의 힘이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진짜 병목은 어드밴스드 패키징이다
기판 위에 병목이 하나 더 있다. GPU와 HBM을 실리콘 인터포저에 올려 잇는 어드밴스드 패키징이다. TSMC의 CoWoS 생산능력이 그 목이다. TSMC는 2025~26년 +56%·+44.3% 올랐고, 최대고객 엔비디아(매출 19%)의 물량을 사실상 배급한다. 거기서 넘치는 물량은 외주 패키징·테스트(OSAT) 업체로 흘러가, 세계 1위 ASE가 +65.6%·+159.9%(첨단 패키징 매출 $1.1B, +144%), 앰코가 +58.4%·+118%로 뛰었다.
한 겹 더 파면 장비가 나온다.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의 BESI가 +35%·+73.1%, TCB(열압착 본딩)의 ASMPT가 +47.6%·+89% 올랐다. 칩을 잇는 공정이 좁을수록, 그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의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판은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지만 CoWoS 생산능력은 사실상 TSMC 한 곳에 몰려 있어서, 이 병목은 지리적으로도 더 좁다.
그리고 그 아래엔 ABF
기판 한 겹 아래엔 더 조용한 독점이 있다. 모든 FC-BGA 기판의 층간 절연막에서 일본 아지노모토의 ABF 필름이 80~90%를, 고급 CPU/GPU에선 사실상 100%를 쥐고 있다. 조미료 회사로 알려진 이 회사의 필름이 세계 모든 AI 서버 패키지 속에 들어간다. 아지노모토는 2026년 +63.4% 올랐다. 기판주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사슬은 늘 한 겹 더 깊은 곳에 더 좁은 목을 숨겨 둔다. 기판이 칩의 병목이라면 ABF는 그 기판의 병목이다.
왜 하필 2026년인가
수치가 유독 2026년에 몰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AI 사이클은 가치사슬을 따라 전파됐는가에서 본 순서, 칩(2023~24)에서 메모리·장비(2025), 다시 기판·부품(2026)으로 이어진 그 순서의 마지막 칸이 바로 여기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물리에 있다. AI 가속기는 더 큰 다이와 더 많은 HBM을 한 패키지에 담아야 하는데, 고다층·대면적 기판과 CoWoS 생산능력은 수율이 낮고 장비·클린룸 리드타임이 길어 단기간에 늘릴 수 없다. 수요는 학습·추론 확장과 함께 계단식으로 뛰는데 공급은 연 단위로만 늘어난다. 그 시차가 2026년의 세 자릿수 프리미엄으로 나타났다.
검증 결론
병목은 실리콘에서 패키지로 이동했다. 기판(이비덴·AT&S·삼성전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TSMC CoWoS·ASE·앰코), 그리고 그 밑의 ABF(아지노모토)까지, 칩을 담고 잇는 층 전체가 2026년에 칩 자체를 앞질러 다시 평가받았다. 병목의 수익률은 얼마나 유명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절실한가에 비례한다는 명제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기판도 CoWoS도 결국은 늘어난다. 증설은 사슬 안에서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패키징까지 다 채우고 나면 마지막 제약은 사슬 밖에 남는다. 그 모든 것을 돌리는 물리 세계, 곧 전력이다. AI의 다음 병목은 전력이다에서 사슬은 반도체를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