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레이팅의 시차가 사슬을 그린다
이 위키가 추적하는 약 210개 기업(노드)의 연도별 수익률을 한자리에 놓으면, 최고의 해가 층마다 한 해씩 뒤로 밀리는 규칙이 드러난다. 엔비디아가 2023년 +239%로 앞장선 뒤, 램리서치는 2025년에야 +139.5%로 돌아섰고, 삼성전기는 2026년 +614.3%까지 갔다. 칩이 먼저 오르고, 한 해 늦게 장비와 메모리가 돌아서고, 다시 한 해 뒤에 기판과 부품이 올랐다. 전파는 실재했고, 순서가 있었다. 층마다 최고의 해가 뒤로 밀리는 이 시차야말로, 상승이 우연이 아니라 사슬을 타고 이동했다는 증거다.
AI 사슬의 돈은 하이퍼스케일러 capex 한 곳에서 들어온다. 메타의 현금 capex는 FY2025에 $69.7B로 전년보다 87% 늘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64.6B로 45% 불렸다. 사슬 전체의 수요가 이 몇 개의 대차대조표에 걸려 있다는 뜻이다(입구가 얼마나 좁은지는 AI 자본투자는 어디서 시작되나에서 따로 다뤘다). 그런데 입구가 좁다는 사실은 질문을 하나 남긴다. 돈이 정말 사슬을 따라 끝까지 번졌는가, 아니면 입구 근처 몇 노드만 달구고 식었는가. 약 210개 노드의 연도별 수익률이 그 답의 재료다.
칩이 먼저 올랐다
상승은 사슬의 최하류, 최종 수요와 가장 가까운 칩에서 시작됐다. 엔비디아가 2023년 +239%로 앞장섰고, 같은 해 AMD가 +127.6%, 브로드컴이 +104.9%로 뒤따랐다. 설계에서 제조로 반 박자 건너간 파운드리 층의 TSMC는 한 해 늦은 2024년에 +92.9%로 정점을 찍었다.
주목할 것은 엔비디아의 궤적이다. +239%(2023)에서 +171.3%(2024), +38.9%(2025), +5.1%(2026)로 이어진다. 최고의 해가 사슬의 맨 앞에 있고, 뒤로 갈수록 상승 폭이 줄어든다. 돈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은 병목이 가장 뚜렷하고 대체가 가장 어려운 노드다. 최종 수요와 맞닿은 칩이 바로 그곳이었고, 그래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올랐다.
장비와 메모리는 한 해 늦게 돌아섰다
칩이 달리는 동안 그 위층은 오히려 내렸다. 2024년에 ASML이 -7.7%, 램리서치가 -6.9% 내렸고, 도쿄일렉트론도 -4.4%로 밀렸다. 수요는 이미 달리는데 상류가 하류보다 뒤처지는 이 역전이 전파 가설의 핵심 증거다. 그리고 그 상류는 2025년에 일제히 방향을 틀었다. 램리서치가 +139.5%, 도쿄일렉트론이 +61.6% 올랐고, ASML(+55.8%)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59.6%)도 함께 돌아섰다. 전년에 내렸던 램리서치가 이듬해 +139.5%로 돌아선 것이 이 시차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같은 2025년, 메모리는 사슬에서 가장 격렬하게 올랐다. SK하이닉스가 +361.1%, 마이크론이 +240.5% 올랐고, 키옥시아는 +1082.1%까지 갔다. HBM 테스트를 사실상 독점한 어드밴테스트가 장비 중에서 유독 높은 +196%였던 것도 이 메모리 열기와 한 몸이다. 반면 같은 시기 수요 쪽 빅테크는 오히려 잠잠했다. 메타가 +13.1%, 마이크로소프트가 +15.6%로, 2023년의 세 자릿수와는 딴판이었다. 상승은 분명히 하류에서 상류로 옮겨 가는 중이었다.
기판과 부품이 마지막에 올랐다
가장 늦게 오른 층은 칩을 담고 잇고 식히는 물리적 인프라였다. 삼성전기가 전형이다. 2024년 -2.5%로 제자리였다가 2025년 +110%, 2026년 +614.3%로 뛰었다. FC-BGA 세계 1위권인 이비덴은 2024년 -38.6%로 깊게 눌렸다가 2025년 +261%로 튀어 올랐고, AT&S가 2026년 +398.7%, 심텍이 2025년 +392.9%로 뒤를 이었다. 그 기판의 절연막 ABF를 사실상 독점한 아지노모토도 2026년 +63.4%로 6년 중 최고의 해를 맞았다.
칩을 잇는 광부품도 마찬가지다. 루멘텀이 2025년 +339.1%, 코히어런트가 2026년 +120.6% 올랐다. 데이터센터를 식히고 돌리는 전력·냉각의 버티브(2026년 +101%)와 델타전자(2025년 +183.8%)까지, 층은 달라도 리듬은 같다. 칩이 먼저 오르고, 그 칩을 담고 잇고 식히는 인프라가 뒤따른다. 기판이 왜 이 사이클의 병목이 됐는지는 패키지가 칩만큼 중요해졌다에서 따로 짚는다.
시차는 재무제표의 시차다
왜 층마다 한 해씩 밀리는가. 수요는 이미 달리는데, 그 수요를 채우기 위한 설비 투자가 매출과 이익으로 재무제표에 잡히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이퍼스케일러가 GPU를 주문하면 엔비디아의 실적은 즉시 뛰지만, 그 GPU를 찍을 장비의 발주, 그 장비로 만들 메모리, 그 메모리를 얹을 기판의 매출은 분기와 해를 건너 도착한다. 리레이팅(재평가)의 시차는 곧 현금이 사슬을 흐르는 물리적 시간이다. 구조가 순서를 정하고, 시간이 그 순서를 하나씩 펼친다.
검증 결론
상승은 칩(2023~24)에서 장비·메모리(2025)로, 다시 기판·부품(2026)으로 사슬을 따라 1년에서 3년에 걸쳐 이동했다. 층마다 최고의 해가 뒤로 밀린다는 예측은 데이터로 확인됐다. 가치사슬 구조가 주가 로테이션의 순서를 설명한다는 가설은 맞았다. 좁은 입구로 들어온 돈은 실제로 사슬을 따라 끝까지 번졌다.
남는 질문은 진폭이다. 전파는 모든 층을 지났지만, 그 재평가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층은 따로 있다. 키옥시아 한 종목의 +1082.1%가 말해주듯, 한 점의 HBM 수요 앞에서 메모리 자산군 전체가 어떻게 다시 평가받았는지는 메모리, AI의 가장 가파른 수혜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