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멈춘 리레이팅이 여기서는 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70.4%, +74.3%, +163.6%, +227.6%로 해마다 상승 폭을 키웠다. 레오나르도도 같은 기간 +50.3%, +73.6%, +89.1%, +88.1%로 4년을 내리 올랐다. 같은 방산 주계약자(프라임)인데도 미국 쪽 사정은 달랐다. 노스럽 그러먼은 2023~24년을 사실상 제자리(-12.8%, +1.9%)로 보냈고, RTX는 가장 좋았던 해가 +61.4%였다. 같은 업을 하는 회사들의 수익률 곡선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갈라진 것이다.
이 위키는 유럽·한국 프라임 다섯(탈레스·레오나르도·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길랏)을 새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미국 프라임을 다룬 프라임의 시계는 예산이다의 결론은, 프라임 주가가 우주·방산 수요보다 예산 사이클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이 명제가 맞다면 검증 방법은 하나뿐이다. 예산이 실제로 뛰는 곳에서는 프라임 주가도 올라야 한다. 유럽과 한국이 바로 그 검증대다.
유럽: 재무장 예산이 4년 연속 상승을 만들었다
탈레스의 FY2025 매출 221억 유로 가운데 방산이 122억 유로다. 주가는 전쟁이 터진 2022년에 +52.5%, 재무장이 실적으로 확인된 2025년에 +66.6% 올랐고, 그 사이 두 해는 +14.0%와 +17.8%에 머물렀다. 예산이 움직인 해에만 주가가 움직인 셈이다. 레오나르도는 수주잔고 460억 유로를 쌓으며 4년 연속 올랐다. 이탈리아 경제재정부(MEF)가 지분 30.2%를 쥔 대주주이고, 미국 자회사 레오나르도 DRS를 통해 미국 국방예산에도 걸쳐 있다.
구조는 미국 프라임과 같다. 정부 예산을 받아 공급망 아래로 흘려보내는 관문이다. 다른 것은 그 관문을 통과하는 예산의 기울기다. 유럽 국방예산은 2022년 이후 늘어나는 국면에 들어갔고, 그 기울기가 그대로 주가의 기울기가 됐다.
한국: 수출이 두 번째 예산 시계를 얹었다
한국 프라임은 더 가파르게 올랐다. 2025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27.6%,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17.9%를 기록했다. 코스피 방산주가 순수주 수준의 수익률을 낸 해였다. 상승을 이끈 것은 수출계약이다. 폴란드 천무 3차 5.6조원(누적 13조원), FA-50 폴란드 30억 달러와 필리핀 7억 달러가 잇따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5년 연결 매출은 약 26.7조원으로 한 해 전의 두 배가 넘었고, 수주잔고는 31조원에 수출 비중이 약 70%다. 미국 프라임이 자국 예산 하나의 시계로 돈다면, 한국 프라임은 여기에 수입국들의 예산까지 더해진 합산 시계로 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안에는 시계가 두 개 있다. 방산 수출이 예산 시계라면, 보잉 767·787과 에어버스 A320 기체구조물 매출은 상용기 듀오폴리(양강 체제)의 시계다. 2022년 +34.6% 오른 뒤 2023~24년 한 자릿수(+7.0%, +5.5%)에 머물던 주가가 2025년에 몰아서 오른 것은 앞의 시계, 곧 수출 예산이 울린 결과다.
관문 역할은 여기서도 같다
이들은 예산의 수혜자인 동시에 사슬의 공급자이기도 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P&W GTF 엔진의 RSP(위험분담 파트너)로서 미국 프라임 RTX의 공급망 안에 있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기체구조물을 만든다. 유럽에서는 위성 제조 재편이 진행 중이다. 에어버스 35%, 탈레스 32.5%, 레오나르도 32.5% 지분의 위성 합병(브로모)이 성사되면, 이리듐 NEXT 81기와 SES O3b 1세대 20기를 만든 탈레스 알레니아가 유럽 위성 제조사 한 몸으로 합쳐진다. 지상 장비 층에서는 길랏이 2025년 +110.4% 올랐는데, 위성통신 운영사의 리레이팅(재평가, 위성통신 리레이팅)이 장비 층까지 내려왔다는 증거다.
레오나르도의 우주 포트폴리오에는 발사체도 있다. Vega C의 프라임이자 Ariane 6 고체 부스터를 만드는 아비오의 지분 19.30%를 쥔 최대주주다. 2025년 아비오 증자를 거치며 지분율이 28.75%에서 낮아졌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지켰다. 그 사이 아비오는 2024년 +98.4%, 2025년 +117.0% 올라, 유럽 주권 테마를 추진체 쪽에서 그대로 재연했다.
2026년의 숨고르기
다섯 노드 모두 2026년에는 마이너스다. 레오나르도가 -3.0%, 길랏이 -4.5% 내렸고, 탈레스(-5.9%)와 한국항공우주산업(-9.8%)도 피하지 못했다.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로 가장 깊게 내렸다. 예산 시계를 돌리는 것은 결국 집행 속도다. 재무장과 수출이라는 이야기가 주가에 먼저 반영됐으니, 지금은 그 예산이 실제 매출로 바뀌는 속도를 시장이 확인하는 구간으로 보인다. 대조되는 사례가 하나 있다. 방산우주가 매출의 18%뿐인 에어버스는 2026년에도 +7.4%로 6년 연속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 상용기 시계로 도는 종목만 오르고 예산 시계 종목들이 일제히 쉬고 있다는 사실이, 거꾸로 이 다섯 회사의 시계가 예산임을 확인해 준다.
검증 결론
예산이 정체된 미국 프라임은 제자리에 머물렀고, 예산이 뛴 유럽·한국 프라임은 순수주 못지않게 올랐다. 프라임의 시계가 예산이라는 명제는 미국이라는 음의 사례와 유럽·한국이라는 양의 사례 양쪽에서 확인된 셈이다. 프라임이 안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멈춘 프라임이 안 오른다. 남은 질문은 2026년의 되돌림이 집행을 확인하는 숨고르기인지, 아니면 예산 기울기 자체가 한계에 닿은 것인지다. 이 사슬의 시계들을 한눈에 보려면 여러 개의 시계로 이어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