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은 돌아섰는데 소재는 못 돌아섰다
2025~2026년 배터리 셀 메이커들은 회복 사이클에 들어섰다. 삼성SDI는 2025년 +75.7% 오른 뒤 2026년에도 +7.4%로 플러스를 지키고 있고, 파나소닉 에너지는 +36.2%에서 +107.0%로 오히려 빨라졌다. CATL은 2024년 +74.5%로 반등한 뒤 2025년 +39.4%, 2026년 +6.8%로 3년 연속 플러스다. EV가 아니라 ESS가 배터리 사이클을 끌고 있다에서 확인했듯, 이 회복을 끌고 있는 것은 ESS(에너지저장장치)와 AI 데이터센터의 저장 수요다.
그런데 셀 바로 위의 원가축인 양극재는 이 회복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6년 현재 에코프로비엠이 -49.3%, 포스코퓨처엠이 -32.2% 내렸고, 엘앤에프(-24.7%)와 룽바이커지(-8.8%)도 마이너스다. 한국과 중국을 가리지 않고 양극재 층 전체가 빠졌다. 셀에서 한 단계 위로 올라가면 사이클이 끊긴다.
왜 전파가 끊기는가
첫째, 고객이 몇 곳에 몰려 있으면 협상력이 무너진다. 엘앤에프는 상위 2개 고객이 매출의 100%를 차지하고, 룽바이커지는 CATL 한 곳이 54.5%(2024년, 상위 5개 고객 79.1%),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SK온 두 고객이 91.4%(2025년 3분기 누적)다. 셀 메이커가 회복 국면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소재 단가 인하 요구와 재고 조정이라서, 셀의 이익이 회복돼도 그 온기가 소재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층 사이의 이익 배분은 협상력이 정하는데, 고객이 둘뿐인 공급사에게 협상력은 없다.
둘째, 수주 헤드라인은 매출과 다르다. 포스코퓨처엠의 누적 양극재 수주는 92조원(LG에너지솔루션 약 52조원, 삼성SDI 약 40조원)에 이르지만, GM향 13.8조원 계약에서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2.8조원(약 20%)에 그쳤다. 장기 공급계약의 명목 금액과 실제 출하 사이의 간극이 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삼성SDI향 43.9조원, SK온향 10.1조원 장기계약도 같은 할인을 받는다. 오더북이 아무리 커도 집행 속도는 고객 공장의 가동률이 정한다.
셋째, ESS 사이클은 화학부터 다르다. ESS와 중국 EV의 주력은 LFP(리튬인산철)인데, 한국 양극재 3사의 주력은 하이니켈 NCM/NCA다(에코프로비엠은 NCA·NCM이 매출의 95.7%). 셀 회복을 끌고 있는 수요가 정작 한국 양극재의 주력 제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이 LFP 전환 투자를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 전환이 끝나기 전까지는 이 간극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외가 규칙을 증명한다
이 그림에서 플러스를 지킨 양극재 회사는 유미코아(+3.9%)가 유일한데, 그 이유가 역설적이다. 유미코아의 2025년 +111.6% 급반등은 배터리 회복과 무관했다. 배터리 투자를 줄이고 촉매·리사이클링으로 물러선 CORE 전략을 시장이 반긴 결과다. 배터리에서 멀어질수록 오히려 방어가 되는 셈이니, 양극재 층에는 아직 회복이 닿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중국은 이 사이클을 한 발 먼저 겪었다. 룽바이커지는 2023년 -63.6%로 한국 양극재보다 1년 이상 먼저 무너졌고, 회복도 CATL 반등을 뒤따르며 먼저 왔다. 그런데 2026년, CATL이 +6.8%로 플러스를 지키는 동안 룽바이커지는 -8.8%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쥔 최대 고객의 협상력에 마진이 눌리는 구조 때문이고, 셀에서 소재로 갈수록 회복이 약해지는 압착은 중국 체인에서도 똑같이 확인된다.
2026년 중반의 재검증
이 글을 처음 쓴 뒤 소재 사슬이 크게 넓어졌으니, 명제를 다시 돌려 보자. 2025년에는 양극재도 셀을 따라 반등했다. 에코프로비엠이 +77.1%, 포스코퓨처엠이 +56.5% 올랐고, 엘앤에프(+43.4%)와 룽바이커지(+47.7%)도 함께 뛰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두 층은 다시 갈라졌고, 양극재 다섯 노드 가운데 유미코아를 뺀 넷이 전부 마이너스다.
정직하게 기록해야 할 균열은 셀 층 안에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19.3%, SK이노베이션(SK온)이 -6.6%, BYD가 -12.5%로, 2026년의 셀 회복은 선별적이다. ESS와 AI 저장 노출이 큰 쪽만 돌아섰다. 그런데도 고객과 공급사를 짝지어 보면 명제는 오히려 또렷해진다. 삼성SDI(+7.4%) 아래의 에코프로비엠은 -49.3%, LG에너지솔루션(-19.3%) 아래의 엘앤에프는 -24.7%, CATL(+6.8%) 아래의 룽바이커지는 -8.8%다. 모든 짝에서 양극재가 자기 고객보다 아래에 있다. 셀이 얼마나 회복했든 그 회복분을 소재가 다 받지 못하는 구조는 그대로다.
검증 결론
상승이 가치사슬을 따라 퍼진다는 그림은 배터리 체인에서 셀까지만 들어맞고, 소재 단에서 끊긴다. 전파를 끊는 변수는 고객 집중(협상력), 계약 집행률, 화학 미스매치 세 가지로 관찰된다. 다음 확인 지점은 전구체·리튬 같은 더 위의 원가축(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스코홀딩스, Albemarle·SQM)이다. 소재에서 끊긴 사이클이 원료단에는 아예 닿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리튬 가격이라는 별도의 사이클로 도는 것인지, 원료단을 지도에 올린 뒤의 검증은 원료단의 시계는 고객이 정한다가 이어받았다.